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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독서, 토론, 글쓰기 정보

우리 아이 말은 잘하는데, 왜 소통이 어려울까?(디베이트 수업)

by 책 보물선 2025. 4. 3.

학교에서 아이들이 디베이트 수업 시간에 선생님 지도 아래 열심히 책을 펴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의 그림

 

 

 

  안녕하세요, 초등학생들과 6년째 디베이트 수업을 하고 있는 '책 보물선'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오랜 기간 디베이트 수업을 하다 보니 유독 느껴지는 변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말은 많은데 정작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는 몇 마디 하지 못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선생님의 질문에 “그냥 잘하면 되죠.”,.”, “왜냐고요? 나도 몰라요.", "생각하기 귀찮아요.

이런 대답들 혹시 집에서도 들어보셨나요?

  또한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끊거나, 친구에 의견을 다르게 해석해 서로 타투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이런 어려움은 단순히 말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과 또래 친구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경험이 부족해서 생깁니다.

 

아이들의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TV나 스마트 폰과 같은 영상을 보며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 폰의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은 아이들을 중독시키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제가 수업하며 저의 어렸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저는 새로운 전자제품을 사면 설명서를 열심히 읽거나 사용해 본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지만 요즘 친구들은 스마트 폰 유튜브로 스스로 사용법을 찾아봅니다. 이런 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대화의 경험이 줄어들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느낍니다.  

  더욱이 학교 교육도 한 선생님이 여러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상호 작용보다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40분 동안 지식을 알려주는 방식에 교육이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설득하거나 친구의 의견을 경청해서 듣기보단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디베이트 수업이란? 

  디베이트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말싸움이 아닙니다. 나의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을 상대방과 공유하는 방법을 익히는 수업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서로 잘 지내기 위해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생각의 언어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디베이트는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을 만들고 타인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말은 많은데 생각이 별로 없어요."라고 걱정하시며 디베이트 학원을 방문하십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말을 못 한다기보다는 생각을 말로 정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발표를 두려워하여 디베이트 학원을 찾아온 친구들도 디베이트 경험이 쌓이면 학교에서 자신 있고 논리적으로 발표하여 학부모님들에게 감사 연락을 많이 받게 됩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에게 말하기 만큼 중요한 '듣기 능력'을 키워줍니다. 또래 친구의 의견을 들으며 경청과 요약 능력을 익힐 수 있습니다. 학교 공부에서 읽기 만큼 중요한 능력은 듣고 요약하는 능력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만 집중해서 잘 들고 나만의 언어로 요약해도 학교 성적은 크게 향상됩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생각들을 배우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지혜롭고 관대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들으며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 말은 많은데, 핵심이 없어요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말로 정리해보는 기회가 없어서입니다. 

  따라서 디베이트는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알맞게 표현하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한 마디

  요즘 아이들은 빠르게 배우고, 풍부한 감성과 많은 재능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을 말로 풀어내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말투나 표현이 부족하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디베이트 수업을 통해 충분히 자라나는 부분이니까요. 중요한 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꺼내 말하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그것을 정리하여 나를 되돌아보는 과정입니다. 디베이트는 단순히 말을 조리 있게 말하는 과정이 아닌 아이가 자신을 바르게 알고 주변과 상호 작용하며 훌륭하게 성장하게 돕는 도구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못해도 걱정하세요. 또래 친구들보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직 낯설고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조금 여유를 갖고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과 따뜻한 배려를 보내주세요.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할 거예요.